빚으로 덮은 20대의 절망: '청년 개인회생' 급증이 던지는 국가 부도의 경고
데이터의 옆줄에서 읽어내는 시대의 단서
선거철이 되면 도시는 다시 한번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정부 추진 '유엔 AI 허브'를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AI (인공지능) 를 비롯한 5대 핵심 산업의 거점으로 용산을 탈바꿈시키고, 서울을 도쿄를 넘어 뉴욕과 경쟁하는 '글로벌 G2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이 거대한 구상은, 기술 패권 시대에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늘 냉혹한 현실의 질문들이 숨어 있다. 옆줄쓰는이가 바라본 이번 공약은, 미래를 향한 담대한 도전과 선거용 수사 (Rhetoric) 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서 있다. 우리는 이 파란 장미 같은 공약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용산 정비창 부지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지난 10여 년간 정권과 시장이 바뀔 때마다 국제금융센터, 생태공원 등 수많은 개발 공약이 난무했으나, 정작 부지는 오랜 시간 방치되어 왔다. 정 후보의 이번 공약은 이러한 '용산 방치' 프레임을 깨고, 미래 먹거리인 AI 를 통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ILO, WHO, ITU 등 6개 유엔 기구와 협력의향서 (LOI) 를 체결하며 '디지털 제네바'를 향한 유치전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러한 국가적 흐름 속에서 서울 용산을 글로벌 사령부로 삼겠다는 비전 자체는 시의적절하며, 도시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정 후보의 공약은 용산을 사업전환의 장, 도시 실증 플랫폼, 글로벌 게이트, 투자유치·판로지원 등 4대 기능을 수행하는 혁신 생태계로 정의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G2 착착펀드' 조성과 함께 '서울투자공사' 설립이라는 구체적인 금융 인프라 구축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데이터는 다른 이면을 말해준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이 공약에 대해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 도심의 대규모 공공 토지인 용산 정비창 부지를 다국적 기업에 넘겨 투기를 조장하기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100%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막대한 전력 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서울형 LEED' 등 친환경 모델을 제시하지만, 에너지 자립률 확보가 관건이다. 미·중 AI 패권 경쟁 속에서 유엔 기구를 유치하는 것이 한국의 외교적 중립성을 시험대에 올릴 수 있다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용산 AI 허브 공약이 신기루로 끝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첫째, 개발의 공공성과 사업성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참여연대의 비판처럼 서민 주거 문제를 도외시한 개발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주거 정의와 기술 혁신이 공존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하드웨어 (부지) 중심의 개발에서 소프트웨어 (인재 및 데이터)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글로벌 석학들이 서울로 올 수 있는 정주 여건과 파격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에너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신재생 에너지 공급 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데이터는 미래를 그리지만, 역사는 현실을 말한다. 용산에 '유엔 AI 허브'를 짓고 도쿄를 넘어서겠다는 공약은 분명 매력적인 데이터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의 역사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꼼꼼한 검증과 치열한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는 숫자로 된 공약에 환호하기보다, 그 공약이 만들어낼 삶의 질과 도시의 미래 가치를 따져 물어야 한다. 용산의 미래는 이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지속적인 감시에 달려 있다. 자세한 공약 내용과 분석은 연합뉴스의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는 완벽한 도시를 설계할 수 있지만, 그 도시를 채우는 것은 결국 인간의 활력이다. 용산에 AI 허브를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세계를 바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기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겉모습만 화려한 유리 빌딩 숲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