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덮은 20대의 절망: '청년 개인회생' 급증이 던지는 국가 부도의 경고
데이터의 옆줄에서 읽어내는 시대의 단서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디지털 공간의 무법자들에게 전례 없는 철퇴를 예고하고 있다.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 회를 상회하는 이른바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가 허위 사실로 타인의 인격을 말살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물어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여기에 상습범에게는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따라붙는다. 법률의 조항들은 서슬 퍼런 칼날처럼 날이 서 있지만, 지성적 비평의 시선으로 이 현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법이 미처 포착하지 못한 거대한 구조적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이 강력한 법적 규제가 '관심(Attention)'이 곧 화폐가 되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비극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이번 법안의 핵심은 '수익 창출 구조의 타격'이다. 그동안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들이 타인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자극적인 폭로와 혐오의 언어가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이것이 곧바로 플랫폼의 조회수와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법안은 바로 이 지점, 즉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방식으로 가해자들의 지갑을 털어내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상의 결과에 대한 사후적 처벌일 뿐, 왜 우리 사회가 그토록 가짜 분노에 중독되었는지에 대한 인과적 해명은 되지 못한다. 미디어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중은 진실 그 자체보다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서사가 완성되는 과정에 열광한다. 사이버 렉카들은 대중의 이러한 관음증적 욕망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기가 막히게 파고든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더욱이 이번 법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하루 이용자(DAU) 100만 명 이상의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여된 책임이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게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자체 운영 원칙 수립을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플랫폼은 결코 중립적인 공간이 아니다. 그들의 '추천 알고리즘(Recommendation Algorithm)'은 대중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분노와 갈등이었다. 플랫폼은 렉카들이 만들어낸 진흙탕 싸움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트래픽을 통해 소리 없이 배를 불려왔다. 법이 플랫폼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알고리즘의 블랙박스(Black Box)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한, 플랫폼은 여전히 자극적인 콘텐츠를 은밀히 유통하며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적 맹점을 안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공인 악용 방지 장치'다. 공직 후보자나 공공기관의 장 등이 이 제도를 악용하여 정당한 언론 비판이나 의혹 제기를 탄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역배상 제도' 등을 도입했다는 사실은, 이 법이 가진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을 잘 보여준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디지털 공간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법은 언제나 최소한의 도덕이며,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렉카를 잡기 위해 쳐놓은 촘촘한 그물이 자칫 사회적 공익을 위한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까지 가두는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19세기 말 미국의 '황색 언론(Yellow Journalism)'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퓰리처와 허스트 같은 언론 재벌들은 발행 부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조작된 뉴스를 남발하며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오늘날의 사이버 렉카들은 종이 신문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시공간을 초월하는 알고리즘의 날개를 달고 진화했을 뿐이다. 황색 언론의 시대가 대중의 지적 각성과 저널리즘 윤리의 확립으로 저물었듯, 오늘의 사이버 렉카 시대 역시 법적 처벌만으로는 끝낼 수 없다. 우리가 그들의 자극적인 썸네일에 낚여 클릭을 누르는 그 순간, 우리 역시 그 괴물들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는 공범자가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결국 5배 배상제라는 강력한 법적 장치도 인간의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하는 욕망'과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잔혹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기술은 인간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거울일 뿐이다. 거울에 비친 추악한 모습을 깨부순다고 해서 우리 내면의 추악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7월의 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렉카들이 사라진 자리에 더 세련되고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의 확증편향을 자극할 새로운 형태의 괴물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법의 강제력이 아니라, 현상의 이면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가짜 분노에 흔들리지 않는 대중의 지적 성숙과 연대뿐이다.
5배의 배상금과 10억 원의 과징금은 사이버 렉카들의 탐욕을 잠시 멈추게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관심이 곧 돈'이 되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법이 바뀌지 않는 한, 그들은 더 정교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입니다. 법의 칼날보다 더 무서운 것은 대중의 '지적 거부감'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야만적 본능에서 벗어나, 현상의 이면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지성적 태도만이 우리를 이 분노의 중독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 세련된 지옥에서 걸어 나올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7월의 법 시행은 끝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적 성숙도를 시험하는 진정한 시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