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품격과 백년대계: 교육감 선거의 씁쓸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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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과 혐오가 가득한 교육감 선거판에서 품격을 묻는 옆줄쓰는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언어를 가르쳐야 할 사람이 막말을 한다. 교육감 선거판이 다시 그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막말 파문이 불거졌다. 이 자체는 새롭지 않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선거마다 반복됐다. 진영 간 극한 대립, 네거티브 공세, 후보 간 인신공격. 이번에도 그 패턴이다. 그런데 매번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데도 달라지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후보 개인의 품격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교육감 선거에서만 이게 반복되는 구조적 이유
교육감 선거는 같은 날 치러지는 광역단체장 선거에 묻힌다. 유권자들의 관심은 서울시장 후보에게 간다. 교육감이 누군지 모르고 투표하는 사람이 많다. 그 낮은 관심 구조에서 후보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더 자극적인 발언에 의존한다. 역대 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지방선거 전체보다 5~10%포인트 낮은 건 이 악순환의 결과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감 선거가 교육 정책이 아닌 이념 대결의 장이 됐다는 것이다. 정당 공천이 없는데 사실상 진보·보수 진영이 각자의 후보를 내는 구조. 헌법이 요구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구조적 모순을 건드리지 않는 한, 막말 논란은 다음 선거에도 반복된다. 특정 후보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나쁜 발언을 유인하는 구조가 있어서다.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 행위 중 언어폭력 비중이 약 40%로 가장 높다. 청소년 사이버 불링 피해율도 해마다 오른다. 이 상황에서 교육의 수장을 자임하는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혐오 표현을 쓰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전국에 퍼진다. 사회 학습 이론이 말하듯, 아이들은 권위 있는 어른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한다. 교육감 후보의 막말은 수백만 학생에게 "갈등을 극단적인 말로 표출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제도 개편 논의는 있다.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 교육위원 간선제, 현행 직선제 유지하되 TV 토론을 정책 검증 중심으로 의무화하는 방안. 각각 장단점이 있다.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의 정치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고, 간선제는 민주적 정당성이 약해진다. 미국 일부 주처럼 인신공격성 발언에 경고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이 단기적으로 현실성 있는 대안이다.
유권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유권자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막말을 일삼는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이미 일부 시민단체들이 교육감 후보의 발언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런 시민 감시의 확산이 후보들에게 자기 검열의 유인을 만든다. 학부모 단체와 교원 단체가 정책 역량과 언어 품격을 동시에 평가하는 후보자 검증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더 효과적이다.
🖋️ 저열한 방법으로 얻은 교육감 자리는 교육의 패배다. 아이들은 어른의 말이 아닌 행동을 배운다. 6·3 선거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교육감은 특정 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어야 한다. 그 기준으로 후보를 보는 유권자가 많아질수록, 선거판의 언어도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