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렉카의 종말과 관심 화폐의 비극: 5배 배상제가 묻지 못한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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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렉카의 종말과 관심 화폐의 비극:
5배 배상제가 묻지 못한 본질
데이터의 옆줄에서 읽어내는 시대의 단서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디지털 공간의 무법자들에게 전례 없는 철퇴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허위 사실로 타인의 인격을 말살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물어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됩니다. 오늘 옆줄쓰는이는 서슬 퍼런 칼날 같은 법률 조항 이면에 숨겨진 '관심(Attention)'이 곧 화폐가 되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구조적 비극과 인과적 경로를 정밀하게 해체해 보고자 합니다.
1. 수익 창출 구조와 알고리즘의 책임
이번 법안의 핵심은 '수익 창출 구조의 타격'이다. 그동안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들이 타인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자극적인 폭로와 혐오의 언어가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이것이 곧바로 플랫폼의 조회수와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방식으로 가해자들의 지갑을 털어내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은 진실 그 자체보다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서사가 완성되는 과정에 열광한다. 사이버 렉카들은 대중의 이러한 관음증적 욕망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기가 막히게 파고든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더욱이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여된 허위조작정보 대응 자체 운영 원칙 수립 의무화 조항도 주목해야 합니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추천 알고리즘(Recommendation Algorithm)은 대중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분노와 갈등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의 블랙박스(Black Box)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한, 플랫폼은 여전히 자극적인 콘텐츠를 유통하며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적 맹점을 안고 있습니다.
2. 표현의 자유와 공인의 책임
개정안에 포함된 '공인 악용 방지 장치'와 '역배상 제도'는 이 법이 가진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디지털 공간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렉카를 잡기 위해 쳐놓은 촘촘한 그물이 자칫 사회적 공익을 위한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까지 가두는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19세기 말 미국의 '황색 언론(Yellow Journalism)' 사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언론 재벌들은 발행 부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조작된 뉴스를 남발하며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켰습니다. 오늘날의 사이버 렉카들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알고리즘의 날개를 달고 진화했을 뿐입니다. 황색 언론의 시대가 저물었듯, 오늘의 사이버 렉카 시대 역시 법적 처벌만으로는 끝낼 수 없다. 우리가 자극적인 썸네일에 낚여 클릭을 누르는 그 순간, 우리 역시 그 괴물들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는 공범자가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합니다.
INFOGRAPHIC REPORT
※ 2026년 개정 정보통신망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세부 시행령 요약 지표
3. 법의 한계와 지적 거부감
결국 5배 배상제라는 강력한 법적 장치도 인간의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하는 욕망'과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잔혹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기술은 인간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거울일 뿐이다. 거울에 비친 추악한 모습을 깨부순다고 해서 우리 내면의 추악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7월의 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렉카들이 사라진 자리에 더 세련되고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의 확증편향을 자극할 새로운 형태의 괴물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법의 강제력이 아니라, 현상의 이면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가짜 분노에 흔들리지 않는 대중의 지적 성숙과 연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