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 만기의 벽'과 글로벌 금융의 연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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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남긴 유령 오피스, 2조 달러의 청구서를 읽는 옆줄쓰는이
뉴욕 맨해튼 오피스 공실률이 25%에 달한다. 건물은 서 있는데 사람이 없다. 이 빈 건물들 안에는 2조 달러짜리 시한폭탄이 돌아가고 있다.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맨해튼, 샌프란시스코, 시카고의 오피스 빌딩들은 비어있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기업들은 임차 면적을 줄이거나 계약 갱신을 거부했다. 공실률이 18~25% 수준으로 올라갔다.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수치다. 문제는 이 빈 건물들에 대출이 잔뜩 걸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출의 만기가 지금 한꺼번에 돌아오고 있다.
2027년까지 2조 달러의 만기가 온다
2027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담보대출이 약 2조 2,600억 달러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하는 '풍선형 만기' 구조다. 즉 건물주는 만기마다 대출을 갱신해야 한다. 저금리 때 빌린 돈을 지금 금리 5~6%대로 다시 빌려야 하는데, 자산 가치는 최고점 대비 40% 이상 떨어졌다. 담보 가치가 줄었으니 더 빌리기도 어렵다. MSCI Real Assets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오피스 부문 대출의 약 38%가 부실 위험 구간에 있다.
이미 사례가 나오고 있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CRE 부실로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며 주가가 반토막 났다. 일본 아오조라은행도 미국 CRE 투자 손실로 경영진이 사임했다. 이게 개별 기업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 핵심이다.
왜 지역은행이 먼저 흔들리나
전체 CRE 대출의 약 70%를 중소형 지역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자산 규모 1,000억 달러 미만의 지역은행 중 CRE 대출 비중이 포트폴리오의 40~50%에 달하는 곳도 있다. CRE 시장이 무너지면 이 은행들의 생존이 직접 위협받는다. JP모건 같은 대형 은행들도 안전하지는 않다. 직접 대출 비중은 낮아도 리츠(REITs)와 비은행 금융기관에 제공한 신용한도를 통한 간접 노출이 크다. 리츠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한꺼번에 신용한도를 인출하기 시작하면 대형 은행의 건전성 지표도 순식간에 나빠질 수 있다.
한국 금융도 여기에 묶여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가 약 56조 원이다. 그 상당 부분이 미국과 유럽의 오피스 자산에 집중돼 있다. 이미 JR글로벌리츠가 해외 부동산 부실 여파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일부 증권사와 보험사들은 충당금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잠재적 손실을 최소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도 있다. 빈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어댑티브 리유스(Adaptive Reuse)' 개발이 뉴욕에서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으며 장려되고 있다. AI 붐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황금 섹터가 열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이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건물이 비어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금리 10년의 청구서가 도착한 것이다. 2조 달러의 만기가 돌아오는 앞으로 2~3년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오피스와 리테일 자산을 줄이고 데이터센터와 주거 전환 자산을 늘리는 방향 전환의 속도가 이 위기의 깊이를 결정할 것이다.